절대 평가란 없다 사람생각 2020. 1. 4. 23:17

요즘 절대 평가가 화두가 되고 있는것 같다. '동료와 경쟁하는 상대평가에서 어제의 나와 경쟁하는 절대평가로' 라는 글을 읽고 아주 짧게 내 생각을 적어본다. 절대 평가의 의미가 비교 대상이 동료가 아니라 내가 된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잘못된 일이 아닐까싶다. 그런 절대 평가란 없어야 한다.

나는 인사 전문가도 아니고, 평가 전문가도 아니지만 나름 주인의식을 갖고 내 회사다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회사의 제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봤다.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2가지 문제가 고정 비율의 평가제도와 MBO의 평가 연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목표와 평가를 분리해야 한다는 부분은 매우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평가 부분은 조금 생각이 다른 것 같아서 내 생각을 정리해본다.

절대적인 기준의 평가

평가 기준을 절대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일까? 동료들과 경쟁하는 것이 힘든 직원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일까? 평가는 공정해야한다. 어떤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공정하다고 평가 받을 수 있을까. 개개인의 능력이 해발 300m처럼 절대적으로 수치화 되지 않는 이상 절대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절대적인 기준을 잘 못 적용해서 공정성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절대 평가가 공정하려면, 절대적인 기준의 평가가 되어서는 안된다.

동료들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부서내의 동료들과 비교하고, 팀내 동료, 더 나아가 회사의 같은 직군 동료들, 동종 업계 종사자와 비교해서 평가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더 공정해 질것이다. 많은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누구도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공정성에 대해서는.

회사는 시장 경제 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내 능력도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비교 평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는게, 비인간적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능력은 인간적인 능력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시장의 상품처럼 비교 평가 하자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능력은 이미 비교 평가되고 있다. 팀의 능력, 부서의 능력도 그렇게 평가되는 것이 맞다. 다만, 단순한 비교 평가가 아니라 팀, 부서, 개인 모두 보완된 비교 평가가 필요하다. 회사의 특성상 함께 모였서 일 할 때 조직에 더 헌신하고, 조직력 향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분명이 있다. 그런 부분도 모두 그 사람의 능력으로 인정하고 보완 평가 되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회사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꼭 필요한 부서가 있다. 그 부서의 평가에도 숨겨진 가치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선수들의 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력도 없고, 성적도 안좋은데, 어제의 나와 경쟁해서 성장했다는 이유로 좋은 대우를 받는 선수는 없다.

절대적인 비율의 평가

사실 기고문에서도 비율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절대 평가는 절대적인 비율의 평가이다. 상위 30% 중위 50% 하위 20% 의 고정된 비율을 없애는것이 중요하다. 부서 내에서 능력이 비슷한 사람간에도 비율때문에 평가 등급이 나눠지는 일이 허다하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들은 평가를 돌려먹는다. 제대로 평가가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다음 평가에 반영해 준다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평가가 보통 1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부서가 바뀌고 조직이 변경되면서 엉망징창이 된다.

이를 경험한 조직원들은 평가가 이뤄지기 전제 부서내에서 그 비율에 내가 적절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같은 그룹에 진급 예정자는 없는지, 부서장이 특별히 챙겨줘야 할 사람은 없는지 눈치를 본다. 그리고 적당히 그룹을 선택한 다음 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그 경쟁의 성격이 좋지가 않은 경우가 있다. 협업보다는 내가 돋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정보를 차단하고, 칭찬보다는 깍아내리는 말, 돌려까기가 횡횡한다.

정말 싫다. 너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모습이다.

힘을 합쳐서 큰 빵을 만들어 함께 잘 살 생각은 안하고, 작은 빵에 자기 침을 발라서 다른 사람은 못 먹게 만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빵을 키울 수가 있겠는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빵을 키운다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 경쟁에서 네거티브 전략만 쓰는 것이다. 부서의 실적이 좋으면 부서원들의 평가가 다 같이 좋아지는 것이 맞을 것 같지만, 비율은 변함이 없다. 그게 문제다! 모든 부서, 모든 팀은 같은 빵의 크기를 같고, 그 빵을 같은 비율로 나눠같는다는 원칙이 동료와의 더러운 경쟁을 유발하게 된 것이다.

비율이 고정되어 경계선에서 불합리한 평가를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올바른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

기고문 내용에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아래 내용이다.

상대평가 방식은 동료와의 경쟁을 유도합니다. 절대평가 방식은 어제의 나와 경쟁을 유도합니다.

이게 뭔. 갬성 똥발린 소린지. 어제의 나랑만 경쟁하고 발전하고 싶으면 혼자있어야지. 회사는 말그대로 사람이 모인곳 함께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경쟁은 중요한것이다. 경쟁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필요한 것이다. 대자연의 신비. 시장 경제의 정수. 말이 필요없다.

경쟁의 방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밥그릇을 지키고, 내 몫을 쟁기는 데에만 급급한 매국노 같은 경쟁을 뿌리 뽑는 것이 회사와 인사 담당자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

부서 내에서 좋은 경쟁이 활성화되며, 자연스럽게 개개인도 발전하게 된다. 과도한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는 조직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부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는 부분이다. 교학상장하는 좋은 경쟁이 활성화된 부서는 자연스럽게 부서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정 부서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아졌을때, 적절한 조치를 해줘야 한다. 부서 내에 훌륭한 조직원들이 많아져서 부서의 경쟁력이 올라가면, 상위 고과 비율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부서내에서 평가도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

부서 능력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 좋다. 팀 내에서, 또 회사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는 일이 달라서 비교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가능한 공개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서간, 팀간 경쟁을 통해서 부서원들의 경쟁심을 한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옆에 동료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부서, 다른 팀 더 나아가 경쟁사와 경쟁에서 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심을 기반으로 도전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고, 부서원간의 경쟁에서의 폐해를 상쇄할 수 있다.

공개적으로 공정하고 즐겁게 경쟁하는 문화는 조직원과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내부에 잘못된 경쟁을 막고자 경쟁을 없애는 일은 분명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공정한 평가와 치열한 경쟁이 건강한 회사를 만든다

너무 간단하다. 아이러니하게 이게 잘 안되는 것이 이 간단한 것을 사람들이 모두 등한시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선, 조직 구성원들 대부분이 경쟁을 회피하고자 한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니까.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더 간단하다. 스트레스를 안주면 된다. 경쟁을 강요하지 않으면 된다. 다만 경쟁을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면서 평가는 똑같이 받으려고 하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다. 남이 잘되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뒷다리 잡지 말고도 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마 많은 사람이 여기에 걸쳐있을 것이다.

평가자가 공정한 평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동안의 관례도 있을 것이고, 제도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비슷한 능력과 성과를 낸 사람에게 다른 등급을 부여해야하는 딜레마에 자주 처하게되면 스스로 공정한 평가에 둔감해 질 수 있다. '작년에 못 받았으니까', '1년차때 못 챙겨줬으니까', '이번에 진급해야 하니까' 이해는 되지만 공정한 평가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들이 많다. 그걸 해결해주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고정 비율 폐지등)이 필요하고, 평가자 교육과 자질 검증이 필요하다.

지금은 대부분 연차 제일 높은 사람이 평가자인데,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동료 평가, 평가자 그룹 운영등.

마지막으로 회사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인사와 관련된 일이니까 쉽게 관행을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만 아무런 행동이 없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치며

내가 경험한 조직 문화의 가장 큰 문제를 요약해 보면...

잘못된 경쟁과 불합리한 평가를 당연한듯 받아드리는 무기력한 조직원들과 경쟁도 없고 보상도 없기에 적당히 밥그릇을 지키고 적어낸 목표나 '완수'하려는 생산성이 다음 세대로 못 넘어가는 고자 문화

내가 회사를 세운다면, "공정한 평가, 치열한 경쟁"을 슬로건으로 하겠다. 열심히 일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회사. 회사의 목적과 방향성을 이뤄가는 조직원들을 배려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훌륭한 방법이 아닐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