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하정우 주연 터널을 빌려봤다. 같이 보던 와이프는 무섭다고 했지만 나는 이렇게나마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고, 상황에 따른 내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어서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물론 나도 앞으로 터널 들어갈 때 한번씩은 심장이 쫄깃해질 것 같다.
참 착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미를 마구 뿜어댄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사회의 부조리와 세속의 배금주의를 반대편에 두고 막 밀어대는데도 솔직히 큰 감흥이 없었다. 너무 착하고, 너무 예상 가능한 내용들이라서 그런듯하다. 내용도 좋고, 연기도 다 좋았지만 내 마음에 전달된 자극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깊이 빠진 곳은 정수(하정우)가 아껴둔 물을 건네는 장면이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저 상황에 빠졌다면, 차 밖의 어둠을 뚫고 나가서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괜찮으니 드시라고 건넬 수 있을까. 정수가 너무 침착한 건 아닌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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