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는 문화에대한 단상 사람생각 2015. 8. 19. 00:45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쪼는 문화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을 적어본다. (작년에 메모해두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쪼는 문화란

갈굼, 압박, 재촉으로 표현되는 행동 양식으로 주로 상급자나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하급자나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보인다. 마땅히 사전적인 의미나 정의같은 것도 없이 두루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 사회생활 좀 했다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쪼는 문화와 한국의 조직사회

한국에서는 잘 쪼는 사람이 승진한다라는 말이 진리처럼 되어 있으며 잘 쪼는 것은 조직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 중 하나로 표현 되기도 한다. 사회 생활하면서 가장 먼저 적응하는것도 쪼는 것이요.

가장 먼저 배우는 것도 쪼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쪼임을 이겨내야하고 또 누군가를 쪼아야 내가 살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왜 쪼아댈까

무엇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쪼아대고 그렇게 당당하게 쪼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일까. 이 부분에대해 특히나 많이 생각해 봤다.

일단 나부터, 내것부터

이기주의 문화로부터 시작되는데 사실 한단계 더 내려가면 약육강식의 사회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부터, 내것부터 챙겨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내가 우위에 있는 대상(하급자나 후배,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압박을 가하게 되면서 쪼고 쪼이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5일이 걸릴 일을 쪼아서 4일 만에 끝낸다거나, 100개를 팔아야 한다면 쪼아서 120개를 판매 할 수 있는 성과! 눈앞에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최종 산출물이 아니더라도...)

좋은게 좋은거지 & 하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원칙이 무시되는 프로세스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상급 기관에 A가 하급 기관의 B에게 5일이 걸리는 업무를 요청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A가 5일 동안 B를 얌전히 기다려주는 일은 드물다. 물론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는 압박과 재촉이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그것이 바로 쪼는 문화다.

5일이 걸리는 일을 4일만에 답을 받아내고 무용담을 늘어놓는 일이 정말 많다. 회사 식당이나 엘레베이터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고, 심지어 회의 시간에도 공공연히 쪼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이다.

예를들어, "A 기획안 검토를 목요일까지 해주기로 했는데, 법무팀을 계속 쪼아서 화요일까지 답변을 받아보겠습니다."

그 일이 그렇게 급한것도 아니였는데...일단 최대한 빨리. 그것이 모든 일정의 진리기에...

담당자에게 잘되가냐고 수시로 확인 전화하고, 후배에게 진행 상황을 계속 물어가며 소통을 가장한 쪼는 문화에 대해서 반드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쪼는 그 행동 자체가 원칙을 어기고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것이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나 좋자고 청탁아닌 청탁을 하는 것일 수 있다.

불신 시대

원칙에 대한 불신이다. 5일이 걸린다고 했으면 5일을 기다리거나 긴급 프로세스로 변경해서 일정을 정하는 것이 순리일텐데, 5일을 기다리기로 하고 실제로는 압박을 한다. 물론 현실은 일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근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 기다리고 있으면 보다 빨리 해주려 노력하지 않을거라는 생각, 제촉하지 않으면 제때 처리가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불신이다.

쪼지 않으면 일이 안된다는 불신의 댓가는 언성을 높이며, 얼굴을 붉혀가며 서로에게 긴장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게 쪼는 문화의 현실이다.맛소금

나는 싫다

결론적으로 나는 쪼는 문화가 싫다. 누군가를 쪼는 것도 싫고, 쪼임당하는 것도 싫다. 스스로 당당하고 싶고 상대방도 존중하고 싶다. 꿈같은 소릴까?

서로를 신뢰하는 것이 분명 더 큰 이득임에도 불구하고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불필요한 에너지와 감정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들 한번쯤 생각해봤으면...오늘 나의 고민이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고민이 되고 우리의 생각이 한걸음 나아갈 수 있길 바라며 짧게 쓰려다 길어진 글을 마친다.

죄수의 딜레마란?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네이버 심리학 용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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