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글을 썼는데, 요즘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두려움을 느낄 순간 조차 허락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개발자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있을까? 개발자는 정말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사라지게 될까? 짧지만 깊은 생각을 끄적여 본다.
이야기 하나. 블로그 내용은 이미 Deprecated
내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인터넷에 업무 관련 내용이 별로 없었다. 물론 레퍼런스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었지만 pdf로 배포되는 형식으로 방대한 양을 검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였다. 따라서, 관련 정보가 어디있는지 잘 아는 것만으로도 능력자가 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블로거들의 노력 덕분에 이제 쉽게 업계의 트렌드를 포함해서 기술 비교, 용례나 경험담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외국어로 작성된 좋은 글을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재해석하여 올리는 일도 많아서, 양질의 한글 컨텐츠도 상당히 많아졌다.
그런데, 요즘은 잘 정리된 블로그 내용도 금방 사용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관련 부분이 빠르게 발전, 변경 되면서 기존에 소개된 내용이 Deprecated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위 핫한 기술일 수록 오히려 이런 일이 빈번한데, 홈 페이지가 통째로 이전하거나 회사나 멤버가 확 바뀌는 경우도 많다.
핑계같지만 너무 금방 Deprecated되고 변경되는 일이 많아서 기술 관련 포스팅은 잘 안하게 된다. 나도 레퍼런스를 더 즐겨찾고, 블로그 포스팅은 경험을 공유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이야기 둘. 정말 손가락만 까딱하면...
나는 AWS를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는데, 정말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편해진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서버가 하나 뿅 나오는 것도 나에게는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이제는 몇개의 서비스를 묶어서 한번에 설정할 수 있는 위저드를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웹페이지를 만들기 위해서 EC2 서버 인스턴스를 띄우거나 호스팅 업체에 연결해서 설정할 것들이 이것 저것 많은데, 그것보다 자유도도 높고 간단한 방법이 S3 버킷에 static files을 올리고 CloudFront에 연결해서 서버리스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Simple Wizard를 사용하면, 이 굉장히 간단한 방법을 더 쉽게 처리해준다. 정말 손가락만 까딱하면 된다. 로컬에서 작업한 폴더를 통째로 압축해서 드래그 앤 드랍으로 툭...내려놓으면 끝이다.
이야기 셋. 카카오 뱅크와 에자일
얼마전에 카카오 뱅크가 큰 히트를 쳤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개발자 관점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카카오라는 큰 기업에서 만든거치고 너무 허접하다고 욕하는 의견도 많았고, 반대로 정말 심플하고 직관적이어서 편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사람이 몰리니까 서버 에러 메세지가 일반 사용자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고, 오동작도 상당히 많았으며, 없어서 아쉽다고 생각되는 기능도 많았다. 근데, 정말 빠르게 대처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트렌디하다 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앱이 아니라 서비스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 뱅킹 앱과는 전혀 다르다고들 한다. 앱의 기능이나 UX도 그렇지만 상품 구성이나 고객 대응도 같은 느낌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
나는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 그들이 에자일 방식을 사용하는지 어떤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방식이 살짝 보인다. 그게 좋고 나쁨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닌데, 내가 리더라면 그렇게 팀을 꾸려나가보고 싶다. 과감한 변화는 기본적으로 큰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제공하는 어떤 기능을 제거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변화를 과감하게 도입하고, 그에 대한 반응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결정과 행동 문화도 중요한데, 카카오가 큰 기업이 되고도 그 문화를 잃지 않은것 같아서 놀랐다.
멜론이나 카카오 TV, 카카오 지하철등을 개편했을때 엄청난 욕을 먹었지만 난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와...카카오 아직 살아있네~
만약, 카카오가 큰 기업이 되었다고, 기존 큰 기업들처럼 딱딱해졌다면 지금의 카카오 뱅크 모습은 안나왔을 것 같다. 대기업에선 기능하나 없애는 것도 힘든 일이다. 작은 일 하나도 누구가에게 책임이 지워지고, 책임은 굴레가 되어서 금방 처리되지 않는다. 사람이 몰려서 서버 에러 메세지가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는 아마 안나올 거다. 책임을 가진 담당자가 진짜 꼼꼼하게 처리했을테니까! 그게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일부 개발자가 그 팝업으로 기본이 안되어 있다고 엄청 깠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크게 게의치 않았다.
짧지만 깊은 생각
기술 발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에자일 이야기가 나온것이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세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내가 짧게나마 깊게 생각했던 것은 개발자의 자세다. 시대가 변했다. 기술을 쫒으려만 하지말고, 기술을 따라 잡으려 너무 스트레스 받지도 말자. 다만, 원론적인 사고와 기존의 개발 문화를 고집하지 말자. 다양하게 응용하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유연하게 대처하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들이다. 개발자가 인공지능 때문에 없어질 직업 중 하나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통적인 의미의 단순한 개발자는 없어질 지 몰라도, 다양한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하고, 복합적으로 적용하는 개발자는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 확실하다. 물론 그렇게 변화하는 것은 개발자 본인의 몫이다. It's up to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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