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감상문 2023. 2. 14. 22:33

작년말 갑자기 밀려오는 허무한 감정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난감하던 찰나에 허무를 어떻게 하면 될런지 답을 줄것 같아서 덜컥 주문했다가 바쁘게 연말을 보내고 이제서야 읽게되었다. 자기개발서인지 심리학 책인지도 모르고 제목하나에 느낌이 꽂혀서 샀는데, 아주 재미있는 에세이였다. 저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누나들이랑 수다 떠는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랫만에 편안하고 즐겁게 책을 읽으면서도 고민 아닌 인생 고민에 대해서도 쓴 맛을 좀 덜어내고 단 맛을 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생은 본래 허무한 것

나에게 허무가 밀려온 이유는 큰 내 꿈으로의 거리가 도무지 좁혀지지가 않음에도 내 몸의 나이는 해가 다르게 늘어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는 꿈을 꾸면서 살아가는 그 자체가 성공이고, 목표라고 단단히 마음 먹었다. 꿈이 큰 만큼 지치고 좌절하게 될까봐 상처 받지 않으려 스스로 미리 손을 봐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내 꿈을 듣고 웃는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서있지 못 할 것 같았다. 허풍이나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서도 그런 조치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도 허무한 감정이 밀려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힘들 때가 아니라 몸이 편하고, 경제적으로도 부족함 없이 순조로운 날에 찾아왔다. 맨날 심심하다고 배 부른 소리로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는 허무함까지 느끼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보니 허무는 예약된 손님이요 이미 각본에 적혀있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본래 허무한 것이다. 우리는 빈손으로 세상에 왔다가 길지 않은 시간을 머물고 다시 빈손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그 시간을 채우는 것은 사는 동안 사람들과의 만남, 이야기, 글과 그림 혹은 돈이나 부동산 같은 것이 전부일 것이다. 그 중에 오래토록 남아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소유가 바뀌고, 잊혀져가고, 지워져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체가 썩어서 나무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듯이 우리가 남긴 것들은 다시 산산 조각나고 분해되어 흩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은 한 없이 부질없는 것일까? 먹고 싸는 똥 공장만 신나게 돌리다가 공장 문을 닫는 것이 전부인가. 책에도 허무에 대한 별다른 답이 없다. 유리병에 레몬청 담그듯이 그저 저자의 이야기들을 켜켜이 담아낸 것이 전부다. 물론, 나는 나의 답이 있다. 정답인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썼는지 내가 봐도 뭔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어째든 마음속 한 켠에 답이 적힌 메모지가 있다. 몇 번을 조심스럽게 펼쳐보면서 꽉 움켜쥐고 있어서 구겨진 메모지에 답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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