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선물 받은 책인데, 2000년에 초판이 출간된 책이었다. 자연속으로 여행 중 에세이라서 그런지 23년이 지나도 세월의 흔적을 발견하기 힘들었지만 IMF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책이 나온 시점을 알아보게 되었고, IMF를 다시 추억하게 되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인간과 삶에 대해서 뜨문 뜨문 멍때리며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그만 하면 견딜 만한 가난이다"
광주 이세영씨는 밥 안 굶고 사는 것이 꿈이라 초등학교만 나와서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웠지만 광주 사태에 시위대로 나섰다가 불구가 된다. 불구의 몸으로 전남대학교 국문학과를 중퇴한 김길순씨와 결혼을 한다. 5.18 묘역 앞에서 꽃가게를 하는데, 넉넉하지 않은 벌이 앞에서도 "그만 하면 견딜 만한 가난이다" 라고 했다.
내가 견딜만한 가난은 얼마만큼일까. 나는 지금 얼마나 가난한 상태일까. 어디에 서 있기에 그토록 부지런히 부를 갈구 하는가. 끊없이 달리는 내 삶을 한 번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산은 적막하지 않으면 산이 아니다
서울의 산은 적막하지 않고, 일상과 잇닿아 있다. 휴일에는 만원 지하철을 타는 것처럼 줄지어서 등산로를 올라가야 하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을 적당한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한다. 하지만, 산이 군중으로 뒤덮이는 인산이라 하더라도 산에는 여전히 적막과 일탈의 유혹이 있다. 삶이 고단하고 세상이 더럽고 마음속에서 먼지가 날릴수록 산의 유혹은 더욱 절박하다.
산이 왜 좋냐고, 어차피 내려올 것을 올라가서 무얼 하냐고 묻는 말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100대 명산을 다 올라도 그 물음에는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경험에 따르면 몸이 무겁고 다리가 휘청거리지만 되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곳이 산이다. 특별히 하는 것도 없고, 보는 것도 없고, 얻는 것이 없어도 말이다.
인간의 삶
나의 하루는 대단할 것 전혀없이 단조롭지만 그렇다고 허공에 부지런히 두 손을 비비는 파리의 손짓과는 다르다. 유한한 삶속에서 굳이 꿈과 희망을 만들어서 고민하면서 힘들게 하루를 보낸다. 사실 어쩔땐 타성에 젖어 무의식적으로 부단히 움직이는 내 모습이 파리와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고민하고, 사색하고 끝없이 반추한다. 저 큰 자연 앞에서 보잘것 없는 인간의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면서, 두리번 거리고 망설이기를 끝임없이 반복한다. 주위를 둘러보며 걷는 오늘 하루가 또 한 번의 인간의 삶을 체험하는 날이지만 몇 번을 다시해도 익숙치가 않다. 인간의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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