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인생 9단 감상문 2023. 11. 26. 10:45

1940년생으로 서울구치소 교화위원으로 29년간 사형수를 상담하신 양순자 할머니의 인생 조언이 담긴 책. 내가 인생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귀막고 안들린다 소리치는 편도 아니라서 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종교 교리도 아니고 잔소리도 아니고 명절에 만난 할머니의 덕담 같은 이야기다. 올라오는 기차간에서 두세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

감동하는 대로 움직이면 돼

나는 평소 굉장히 이성적으로 행동하는데 중요한 의사 결정의 순간에는 감성적인 사람이다. 아마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이 꽤 많이 있을 것 같다.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이해타산을 따지기 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게 옳은 길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인가. 나다운 결정인지 고민한다.

반대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또는 이해타산을 따르다 보니 원치 않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불편하고 어색한 기분이 든다. 솔직히 마음을 따르는 결정을 해도 걱정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어차피 인생은 일방통행이니까 뒤돌아 볼 것 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쭉 가자.

최고의 유산은 부모의 행복이야

여러 조언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고, 내 생각과 꼭 같았던 조언이다. 너 잘 되라고, 너만 잘 되면, 너를 위해서 하는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걸 받아서 또 대물림하곤 하는데, 내리 사랑이라고 한다. 이것은 가족외의 조직에서도 관찰되곤 하는데, 그 조직이나 그룹이 강하게 묶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원천이 된다.

내리 사랑은 동양 문화권에서 유난히 강한것 같은데, 부모와 자식간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받는 자식도 얼마나 부담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부모나 자식 모두 각자 자기 자신의 삶에 조금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칼릴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처럼 서로 사랑하되 서로를 구속하지 않을 때 진정으로 아름다운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서로를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 영혼의 해안들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가 있게 하라.

칼릴지브란의 결혼에 대한 조언이 부모 자식간에 적용할 수 있을만큼 우리나라에서 부부관계 못지않게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아주 매우 강력하게 묶여있다. 그것이 잘 못된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푸는 그 고귀한 마음은 아름답고 순수한 것이지만 그 사랑이 내 자식, 내 친구, 내 후배에게만 쏠리는 것 보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이웃과 사회로 확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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