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에 이어 한국 은행도 올해 경제 성장률의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였다. 관련기사 그 와중에 카카오의 카풀 사업 진출을 막겠다며 전국 택시들이 대규모 반대 집회를 한다고 한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야기 해보자 하면, 다들 말이 많겠지만 뾰족한 대안은 들려오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올려 본다.
문제는 명확하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너무나 명확하다. 명견만리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다뤘다.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오래된 전통 사이의 어딘가에 정체된 상태로 머물러 있다.
우리는 물적, 지리적 자원이 부족하고 원천 기술이나 기초 과학 기반 산업 부분이 약하다. 오래된 전통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관광업이나 전통적인 제조업(이탈리아의 가죽, 패션 산업이나 스위스의 시계 제조업 같은)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우리는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받아 들이고 원천 기술과 응용 기술 사이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그 동안의 성공 방정식 중 하나였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뒷쳐져 있다. 본디 우리의 전략은 속도가 생명인데, 그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져 버렸다.
어쩌다 우리는 속도를 잃었는가 생각해보자.
새로움이 없다
새로운 것을 빠르게 수용하는 것은 분명 우리의 장점이었다. 물론 부작용도 많이 있다. 많은 사회 문제나 환경 문제 등이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그것 조차 빠르게 해결 해 나갔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역동적인 국가였다.
2000년 초반까지도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도 활발하게 출시되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회사나 부자도 등장하였다. 근데, 어느 시점부터 그런 새로움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새로운 회사,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상품, 새로운 부자는 없고 새로운 말만 그나마 생기는데 심지어 그것 조차도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지독한 기득권 지키기 장세
주식 시장을 묘사할 때 어떤 장세라는 말을 쓴다. 빗대어 표현해 보자면, 지금 우리 나라는 기득권 지키기 장세다.
개인이나 기업, 청년이나 장년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것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가 불안정 할 수록 보수적 심리가 강화 된다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생각된다. 기업들도 가진것을 지키는 것에 힘을 모으고 있으니, 기업 순위나 규모의 변동이 거의 없다. 노동계의 파업을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의 임금 확보를 위해서 투쟁을 한다. 부녀회에서는 자기들 아파트 단지 가격을 지키기 위해서 담합을 물론이고, 중개업자들을 압박하는 위법행위도 강행한다. 서울 지하철은 노인 무임 승차 때문에 적자에 허덕이지만 노인들은 쉽사리 그 혜택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다들 하나 같이 지키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는데 꿈쩍도 안하고 지킬 생각만 하면 갈등의 골은 커지고 사회는 침체될 뿐이다.
일방적인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열고, 적절한 타협점 또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 적용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이 분명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믿지 않는 것이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희망은 공무원 뿐인가
앞서 언급한 명견만리에서 짐 로저스가 나와 평소 내 생각과 딱 맞는 생각을 이야기 했다.
한국 청년들은 모두 공무원을 꿈꾸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나도 청년인데, 청년으로서 우리나라의 공무원 열풍은 청년들의 선택이라기보다 일종의 강요받은 선택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사회 전체가 기득권을 지키기 바쁜 가운데, 기득권을 갖지 않은 대부분의 청년은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발버둥 치지만 일방적으로 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88만원 세대가 공감을 얻고 공전에 히트를 친것 같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라는 책의 메세지는 기존 기득권 세력 사이에서 무기력해진 청년들에게 던지는 메세지였고, 나름의 효과로 청년들이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율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요즘 청년들 패기가 없다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더 열심히 해보라고 하는 꼰대들이 많은데, 나는 확신한다. 지금 청년들이 그네들보다 훌륭한 자손이란걸.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 청년이 꿈을 펼칠 수 없는 사회다.
우리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 세포가 서서히 퇴화해서 온몸이 경직되는 무서운 병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속도를 잃었고, 새로움이 없으며, 시간이 갈 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다. 꽉 막힌 기득권 장세에서 변화와 창조의 운동력은 점점 줄어들고 끝내 온 몸이 굳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이 된다.
해결책은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지만,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것 같다. 효과를 장담 할 수는 없지만 의견이나 한번 정리해 적어 본다.
문재인 대통령님 해주세요
요즘 핫한 문구가 '문재인 대통님 ~해주세요'가 아닌가 싶다. 정말 여기저기에 다 쓰이고 있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근데, 지금 우리의 경제 문제는 어떤 정책이나 행정 기조 또는 기업 집단이 힘을 쓴다고 해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잘못된 행동이란 뜻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한번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꽉막힌채 머물러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지자체나 지역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다시 논의하고, 그 가운데 서로의 기득권을 조금 양보해서 합의를 이뤄나가는 것이다. 처음엔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공론화하고 합의를 만드는 경험이 많아지면 그 자체로 조직이나 사회가 건강해 질 수있는 큰 영양분이 될 것이다.
'나는 양보할 수 없다 -> 저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대통령님이 나 좀 도와달라' 이런 방향의 편가르기, 기득권 지키기를 지양하고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타협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널리 퍼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론화 위원회는 그 성과가 어찌 되었든 의미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인민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서 무책임 정치를 한다는 얼토당토 않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 진심으로 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공론화는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것인데 그것을 북한의 인민위원회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넌센스가 아닌가 싶다.
정부나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 사회와 개개인의 시민 의식이 더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상황은 악화일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저마다 기득권을 확보하는데 더 열심히고, 더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의 권리다. 힘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어야 한다. 노동환경이나 임금 등의 문제를 두고 고용주와 협상 끝에 사용하는 하나의 전략적 카드이다. 근데, 요즘은 기득권 세력들이 파업을 한다. 이런 것은 파업이라기보다 카르텔이나 담합에 가까운 행위가 아닌가 싶다. 대표적으로 의료계의 파업이 아닐까 싶다. 특정 지역에서 요양병원이나 장애인 학교의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도 비슷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파업이나 집회가 불법이라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전략적 카드로 사용되고 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는데 단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고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모두가 감당해야할 비용과 고통은 계속 증가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저 마다의 단체와 조직, 사모임이 양보와 타협보다는 투쟁과 쟁취에 초첨을 맞춰서 그 실력을 키우고 있다.
혁신은 둘째치고 뒷다리나 잡지말자
앞에서 나는 우리 경제는 속도가 중요하고, 새로운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혁신! 혁신이라는 단어랑 매우 잘 어울리는 것 같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내놓은 경제정책의 한 축. 소득주도 성장이 국민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면,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꾀하는 ‘공급’ 중심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나무 위키, 혁신 성장
혁신 성장이라니 되게 그럴듯 해보인다. 근데, 혁신은 둘째치고 뒷다리나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불공정한 환경에서 뒷다리 잡아가며 혁신을 막지만 않는 다면 가만히 있어도 혁신이 쏟아질 것이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편하고, 그 제도를 이용해서 떡하니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세력들의 기득권을 회수하여 사회에 재분배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 정의 실현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기득권 세력이 엄청나게 반발 할테니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제발 이 정부에서 혁신까지는 고민도 하지 말고, 불공정과 불합리부터 하나 둘씩 개선해 주었으면 한다.
다시 카카오 카풀과 택시
카풀은 원래 자동차 함께 타기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었다. 그 운동은 환경을 보호하고, 도로 정체나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취지였고 대부분이 지지했지만 확산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이제 기술의 발달로 그 운동이 보다 활발해 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모두가 기뻐하고 축하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어렸을때 주산을 배웠고, 은행에는 주산을 잘하는 사람이 따로 배치될 정도였다. 하지만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정말 순식간에 그 많던 주산학원이 없어졌고, 자격증도 없어졌다. 컴퓨터는 사람이 몇시간을 걸려해 해야할 계산도 금방 처리해 줬고, 사람들은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 크래프트는 미국에서 만들었지만 우리가 가장 잘 했고, 최초로 게임 방송도 했다. 우리 기술은 아니지만, 휴대용 mp3 플레이어도 만들어서 팔았고 핸드폰도 잘 만들어서 지금까지 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빠르게 적응하고 새롭게 더 멋지게 만들어 내는 우리의 DNA는 계속 되어야 우리 경제는 성공을 이어 갈 수 있다.
영국의 마차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된 붉은 깃발법은 결국 영국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켰다.
이번 사안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영락 없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와 빼닮았기에 생각난 김에 정리를 해봤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구호도 원래 취지의 불공정거래의 근절 범위를 넘어서 감정적으로 기득권 지키기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사안은 골목상권 보호라는 개념과도 완전 무관한 내용이다.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변화를 거부하고, 양보화 타협보다는 투쟁과 쟁취에만 열을 올리는 우리의 모습은 결국 우리 경제가 꼼짝도 못하고 고사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긴 글을 오랫동안 적었다. 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뒷짐지고 서있기보다는 글도 많이 올리고, 양보도 하고, 소통도 하고, 합의를 만드는데 힘도 보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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