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출발 비디오 여행부터 예능에서 수많은 패러디까지 보고, 사람들의 온갖 스포까지 다 겪으면 천만 영화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장 승격 교육에서 추천을 받아서, 회사에서 도서 구입 비용을 지원해줘서 책을 사서 찬찬히 읽어보게 되었다.
다원적 무지 pluralistic ignorance
사람들이 사회적 쟁점에 대한 소수 의견을 다수 의견 혹은 다수 의견을 소수 의견으로 잘 못 인지하는 현상. 사람들이 어떤 관행이나 전통을 따르는 이유는 그것을 좋아하거나 그것이 옹호할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바로 어머니가 '제사'를 대하는 태도이다. 엄마는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히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절대적인 수치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제사를 지내는 집이 소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논리적으로 '제사'를 지내지 말것에 대해서 엄마를 설득한 것은 정말 잘 못된 접근이었다. 애초에 '제사'가 논리적인 이유로 지내는 것도 아니고, 다원적 무지를 이용한 넛지를 사용했으면 좀 더 자연스럽게 엄마의 마음을 움질 일 수 있었을 텐데, 싶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사람들은 관행적으로 본인이 남들처럼 당연하게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이럴 때,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은 사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재미있게 만들기
마트 트웨인의 소설 '톰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유명한 대목이 있다. 톰이 울타리를 페인트 칠하는 벌을 받았는데, 지나가던 친구에게 그것이 놀이인것처럼 연기했더니 서로 그 일을 하려고 해서 톰은 결국 돈을 받고 친구들이 페인트를 대신 칠 할 수 있게 해줬다. 어떤 활동을 놀이처럼 보이게 하거나, 호기심을 품게 하거나 흥분하게 하거나, 무언가를 기대하게 할 때 사람들은 그 활동을 기꺼이 하겠다고 달려든다.
내가 파는 물건이 그런 대상이 되어야 하고, 내가 하는 행동이 그런 의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때때로 열정이 식은 나 스스로를 속여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사용하기에도 훌륭한 방법이다.
대화를 나누면 기부율이 높아진다
공공재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서 선의로 기부를 하는 '공공재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모두가 기부를 하면 모두가 공공재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기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자산을 지킬 수 있다. 인간이 이기적이기만 하다면 아무도 기부하지 않겠지만, 보통은 기부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을 여러차례할 수록 기부율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학습 효과에 따라 조건부로 기부를 하게되는 것과 같다.
특이한 점은 게임을 하기 전에 대화를 나누면 기부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화는 유대감을 생성하게 되고, 사람들을 조금 더 이타적으로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이 좀 더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헌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논리를 앞세우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넛지는 인간이 선택의 순간에 이성 외에도 수많은 심리 작용에 의해서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논리적이지 않은데, 그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논리를 앞세우는 것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은 선택인 것이다. 어떤 결정이 되었든간에 심리를 포함한 다양한 조건을 복합적으로 이해해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나 또는 보다 정확한 선택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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