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피케티라는 프랑스 학자가 발표한 21세기 자본이라는 책 따르면 자산의 증가율이 노동 수입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세계의 부는 시간이 갈 수록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산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머리속 한켠에 쭈욱 밀어 두었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관련된 만화책을 발견하고 빌려왔다.
그래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세상 사람이 다 아는데, 당신이 하려는 말은 뭔가 들어나 봅시다. 입을 삐쭉거리며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격차를 인정하자
격차에 대한 언급부터 시작한다. 격차를 인정한다는 것은 격차의 존재를 인정하다는 것이지 그 존재의 당연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너무 당연하게 격차의 존재를 인정했고,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장경제, 자본주의에서 격차는 신선한 자극이며, 역동성의 원동력이라고 치부했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당연히.
그것은 당연하지 않다. 격차는 해소되어야 한다. 우리는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하고, 확대를 막아야 한다. 어쩌면 아주 좌파 빨갱이 같은 소리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는데, 어쨌든 프랑스의 피케티가 그런 말을 했다. 흠...적어도 우리 나라에서 피케티는 좌파 빨갱이 소리를 들을듯.
더 이상 고도 성장이란 없다
피케티의 연구가 의미있는 이유는 오랜시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연구, 분석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 연구 결과 지난 300년간 평균 경제 성장률은 1.6% 정도이며, 이 마저도 절반이 인구 증가에 의한 성장이라고 한다. 즉, 기술 진보에 의한 경제 성장률은 0.8%에 불과하다.
0.8%라고 하지만 3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누적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첨단 기술 산업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300년 전 우리나라는 조선의 19대왕 숙종이 나라를 다스릴 때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2가지다. 하나는 적은 양이라도 누적되면 그 크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반면, 누적되는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적 성장률로 보면 우리 나라도 앞으로 많이 발전하게 되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나의 다음, 아니면 다음 세대에 효과가 난다면, 내가 지금 그것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적 자본의 시대는 오지 않는다
내가 충격 받은 부분이다. 아에 대놓고 에비나 선생님은 나에게 멘트를 날리는 것 같다. 정신 차리라고!
개인의 재능으로 무언가를 하기 쉬운 시대가 됐어. 개인 차원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인강이 성장함으로써 사회자본도 여러 가지로 형태를 바꾸어서 사회를 지탱하고 있지. 그 존재감을 무시하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은 무모하게 여겨져.
그저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 발전률 보다 자본의 생산성이 높아졌듯이, 적절히 사회 자본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본은 나보다 더 강력하고, 더 생산적이다. 핵심을 잘 파악하고 적절하게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늘 신경쓰자.
r > g 는 변하지 않는다
r 자본 수익률은 언제나 g 경제 성장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고 있지만 자본 수익률은 변함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더욱 더 자본을 많이 소유하게 되고, 자본이 없는 사람이 성장을 통해서 그 차이를 매우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 되고 있다.
재산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마음대로 불릴 수 있지!
빌게이츠는 1990~2010년 사이 재산을 4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렸다. 로레알 창업자로 상속받은 프랑스 제일 부호인 릴리안 베타쿠르는 2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늘렸다. 하지만 그녀의 신고 소득은 연 560만 달러를 넘은 적이 없다고 한다. 재산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마음대로 불릴 수가 있다!!! 결국 규모가 중요!
세계적인 자본세를 도입하자
정말 멋진 구호다. 한 없이 이상적이고, 환상적이다. 당장 한 나라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조금 올리려고 해도 이렇게 조세 저항이 심한데, 국제 공조를 통해서 자본세를 도입하자는 피케티의 주장은 너무 꿈만 같은 소리다. 빌 게이츠 아저씩가 아주 고군 분투하고 있지만, 그것이야 말로 완전한 소수 의견일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세를 반대하는 것은 초 일류 부자가 뿐만이 아니다. 1000만원 가진 사람은 100만원 가진 사람보다 더 갖으려 하고, 100만원 갖은 사람은 10만원 갖은 사람보다 더 갖으려하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그 자본세를 무력하게 만들것이다.
그 사실을 피케티가 모를리 없으나, 10년 이상의 긴 연구 결과로써 사회에 충분히 인상적이고 효과적인 메세지를 던질 수 있도록 잘 생각한 것 같다.
마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너무 당연하고 원래 알고 있던 내용이라 할 지라도, 더러운 세상, 빌어먹을 세상 투덜거림만 늘어 놓게될지라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자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고,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고, 격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2차 세계 대전 이전에 봉건 사회에서는 10%의 상위층이 70% 이상의 자본을 소유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이 후 중산층이 등장했고, 봉건 사회도 민주주희 사회로 진화했다. 진화. 진보. 지금 우리는 다시 봉건 사회로 돌아가게 될 과도기에 도착했다. 눈에 보이는 계급과 신분의 차이는 없는것처럼 보이지만, 계급과 신분 사회의 모습은 점점 뚜렷해 지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 나라도 살아야겠다. 내가 이겨야지. 라는 생각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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